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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과 여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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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29  11:4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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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평군청 자치행정과 서대운
우뚝선 콧날, 수정같이 맑은 눈, 귀여운 볼, 큰 키에 잘록한 허리, 생고무처럼 탄력있는 가슴, 유창한 영어실력! 지난 주말 양재동 코스트코에 갔다가 문제의 그 여직원(미스박)을 20년 만에 다시 만났다. 그 당시 팬암항공사에 다니던 그 여직원은 이제 중 3 학생의 학부모가 되어 있었는데 수줍어하는 모습이 예전과 다름이 없다. 그럼 그때 등산 사건을 회상해 본다.

나는 이제 등산을 졸업하려하지만 60평생 살아 오면서 참으로 많은 산에 올랐다. 서울 근교의 청계산은 30번, 관악산은 50번, 북한산은 60번 가량 올랐다. 그리고 1000M 가 넘는 대성산과 적근산은 50번 이상 올랐다. 또 태백산, 소백산, 가야산, 한라산, 설악산, 계룡산, 두류산, 무등산, 백운산, 광덕산, 국망봉, 삼악산, 오봉산, 팔봉산, 한적산, 삼성산, 수리산, 불암산, 어음산, 도봉산, 아차산, 수암봉, 국사봉, 우면산, 대모산 그리고 가평에 와서 운악산, 유명산, 연인산, 축령산, 서리산, 물안산, 화악산, 석룡산, 호명산, ,......그리고 전방고지 피의 능선, 단장의 능선, 저격능선, 가칠봉, 펀치볼 등 봉우리와 그리고 이름 모를 몇 개의 무명산도 등산해 보았다. 그중에서 포천 백운산에 등산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1980년대 말 한국항공업계는 3개의 친목모임이 있었다.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각각 직원 친목모임이 있었고 또 국내 취항 외국항공사들이 한데 모여 하나의 친목단체를 만들었다. 외국항공사 회원들은 내가 몸담고 있던 영국항공(British Airways)을 비롯해서, 루프트한자, 에어프랑스, KLM네덜란드항공, 알리탈리아, 스위스항공, 핀에어, 스칸디나비아항공, 에어로플로트, 어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노스웨스트, 팬암, 케세이패시픽, 싱가폴에어라인, 에어차이나, 베트남항공, 일본항공(JAL), 올니폰항공(NH), 에바항공, 타이에어, 말레이지안 에어란인 등 약 50개 항공사가 참여하였다.

서울의 외국항공사 친목회장은 돌아가면서 했는데 내가 회장의 순서가 되었을 때다. 나는 우리 친목모임이 한달에 한번씩 모여 저녁식사와 술 그리고 2차로 노래방이나 맥주홀만 다닐게 아니라 좀 건전하게 한달에 한번 정도 등산을 하면 어떠겠는냐고 제안했다. 그날 참석자 대부분이 찬성하여 나는 졸지에 외국항공사 산악회장직도 겸하게 되었다. 우리는 한달에 한번 세 번째 주말 아침에( 그당시 국내기업이 주말 오전 근무였으나 외국항공사는 주말 근무가 없었음) 모여 관악산이나, 청계산 또는 북한산을 약 3시간 정도 등산하고 점심을 먹고 헤어지곤 하였다.

보통 한번에 30명정도 회원들이 모였다. 약 1년이 지났을 때 상당수 회원들이 서울 근교 산 만 다닐게 아니라 이제는 버스를 대여하여 전국의 명산을 돌자고 요청했다. 그래서 행동 반경을 넓혀 계룡산, 삼악산, 오봉산, 팔봉산, 유명산, 태백산, 소백산 등에 다녀 왔다. 처음에 주로 남자 회원들만 참석하던 등산 모임이 소문에 소문을 타고 항공사 여직원들도 참석하기 시작했다.

우리 외국항공사 친목회에서 백운산으로 등산을 떠났을 때 이야기이다. 외국항공사 남자 직원 28명 여직원 12명 총 40명이 참여하여 45인승 버스에 생수와 음식을 싣고 거의 만석이 되었다. 서울을 출발한 버스는 아침 9시경에 백운계곡에 도착했다. 산행은 백운계곡 끝부분 포천에서 화천을 넘어가는 광덕산 카라멜고개 정상부근에서 시작하여 능선을 타고 백운산 정상 도마치봉을 지나 국망봉에서 포천쪽으로 하산하여 이동 갈비집에서 식사를 하고 귀경하려고 했다.

우리는 등산에 대해 무지했었고 백운산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 그래서 등산 전문가도 대동하지 않았다. 또 항공사 여직원들의 체력을 고려하지 않고 등산로를 선택한 것도 큰 화근이었다. 백운산은 능선을 타고 걷는데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심하고 크고 작은 봉우리가 수없이 많았다. 문제는 12명의 여직원 중 이렇게 높은 산을 한 번도 등산을 해보지 않은 여직원이 5명 이나 되었다.

약 2~3시간 정도 걸었을까 점심도 먹기 전 인데 그들은 처지고 잘 걷지도 못했다. 하는 수 없이 점심 겸 휴식을 취한후 다시 걷기 시작하였다. 다시 1시간 정도 지나자 5명의 여직원이 이제 지쳐서 거의 걷지 못했다. 그녀들 자신도 등산이 그렇게 힘든 것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따라 온 것이었다. 나는 그날 항공사 여직원들은 큰 키에 용모만 화려했지 체력은 아주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키 175cm, 몸무게 45kg 정도로 심하게 다이어트를 한 팬암항공의 미스 박은 탈진하고 눈동자도 풀려 금방 인명사고라고 터질 것만 같았다. 나는 산악 회장으로서 막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산악대 첨병에게 앞으로 전진을 멈추라고 하고 남자직원들을 후미로 불러 기진맥진한 여직원들에게 생수로 목을 축이고 부축하여 하산하라고 하였다. 남자 직원 2명이 1명의 여직원을 어깨동무하여 4명의 여직원들은 천천히 걷기 시작했으나 미스박은 축 늘어진 사지가 어깨 동무 하기도 어려웠다.

하는 수 없이 건장한 남자직원 한명을 미스박을 등에 업고 또 한명의 남자직원은 그녀가 등에서 떨어지지 않게 뒤에서 떠받치고 하산을 시도했다. 정상에서부터 심한 비탈길을 하산하는데 4시간이 이상 걸려 밤 8시가 되어 포천 번화가에 도착하였다. 그날 남자 직원들이 탈진할 정도로 고생이 많은 하루였다. 회원 모두가 이동갈비에서 저녁식사를 하는 동안 미스박은 포천 시내 병원에 들려 속성으로 링겔 한병을 맞고 버스에 합류하여 서울로 귀경 할 수 있었다. 그날 집에 도착하니 자정이 다되었다. 참 긴 하루였다.

약 8개월 후 마당쇠같이 건장한 친구가 청첩장을 가지고 찾아왔다. 자세히 보니 알이탈리아 항공사 에 다니는 최00이라는 직원이었다. 나는 축하한다고 말하고 천천히 그 청첩장을 열어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신부가 팬암 항공사에 다니는 그날 등산에서 탈진한 미스 박이 아닌가? 그리고 최00이 란 신랑은 그 여직원을 4시간 업고 하산한 남자라는 걸 생각하니 등산이 결혼의 촉매제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 미스박이 항공업계 최고의 자연미인으로 인기가 높다는 것은 우리 모두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었다. 또 그녀의 높은 자존심은 하늘을 향해 나풀거리며 생고무처럼 탄력있는 그녀의 가슴에서 나오는 듯 했으나 그녀의 터질듯한 도도한 가슴도 그날은 그 남자의 등어리에 업혀 여러 시간 이리 밀리고 저리 떠밀려 호떡처럼 납잡하게 되버렸으니 자존심도 꺽이고 그 남자의 프로포즈를 받아들인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지난 주말 코스트코에서 만난 그녀는 겸연쩍게 또 한번 눈 인사를 건네고 종종걸음으로 사라져 가는데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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