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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다를 보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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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13  10:5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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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평군청 자치행정과 서대운
「 바다는 그리워서 흔들리는 새파란 가슴
너를 용서하지, 묶여있는 너를」
최인훈의 시 「해전」의 일부

바다가 보고 싶었다. 한 달 전 1박 2일 양양에서 진행된 직원 한마음 연수 때문에 동해바다를 잠깐 볼 수 있었지만 넘실대는 푸른 파도를 볼 기회가 없었다. 지난 주말 홀로 차를 몰고 동해로 향했다. 작가 최인훈은 바다가 현실에 묶여있는 우리들을 용서해 준다고 까지 상상력을 펼쳤건만 나는 용서까지는 아니더라도 바다가 삶에 지쳐있는 우리의 심신을 진무하고 위로해 준다고 생각한다.

속초 바닷가에 도착했을 때 35도가 넘는 일광은 내 정수리를 사정없이 내리쬐고 모래사장은 화롯불 만큼이나 뜨거웠다. 거기 그 앞에 바다가 있었다. 백사장이 뜨거워 인적조차 드물지만 넓고 푸른 해원은 바다 특유의 원시적 생명력으로 해풍을 날려 보내 큰 파도를 일으켜 방파제에 하얀 포말을 내리쳤다. 바다 멀리 수평선에서 불어오는 해풍을 정면으로 맞으며 나는 한 동안 밀려오는 파도를 응시했다.

일찍이 프랑스의 작가 마르셀 푸르스트가 그의 수필 「바다」에서 「바다에는 대지(大地)에서 보는 인간 노작(人間 勞作)의 흔적도, 인간생활의 흔적도 없다. 거기는 아무 것도 머무르지 아니한다.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또 모두가 걷잡을 새 없이 달아나듯 스쳐갈 뿐이다. 배가 바다를 횡단한다. 그러나 배 지나간 자국은 어떻게도 신속히 사라지는 것인지! 바다의 위대한 순결은 여기서 온다」라고 언급했었다.

우리는 육지에서 얼마나 많은 일들을 경험하는가? 인간관계의 불협화음, 부부간의 갈등, 사업 실패, 승진 누락, 자녀의 진학, 취직, 결혼 걱정, 생활고, 노후걱정, 절대 고독, 소외와 외로움, 상실의 고통 등 등. 이러한 걱정과 고민은 마음의 상처가 되어 육지에서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바다에서는 배들이 지나간 흔적이 금방 사라지듯이 상처의 복원력이 너무나도 빠르다. 물끄러미 사색에 잠겨있는데 한 무리의 아이들이 백사장으로 진입한다.

백사장의 모래가 아무리 뜨거워도 아이들은 파도가 드나드는 백사장의 경계선에서 모래톱을 쌓고 파도타기를 즐기며 즐거워한다. 나에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아직 세상물정을 모르고 아무 걱정이 없던 시절, 모든 걸 부모님이 해결해주던 시절. 그러나 나는 언제부터 고민이 생겼을까? 기독교에서는 아담이 사과(선악과)를 먹고부터 원죄가 생겼다고 했던가? 내자신 10대 때는 사탕 같은 달콤한 것을 좋아하고, 20대에는 이성에 빠지고, 30대~40대때는 승진과 출세를 위해 매진하다가 50대 때는 탐욕과 욕망에 사로 잡혀 평정심을 잃고 60세가 되어 내 자신 심신은 피폐하고 초라해진 몰골을 보게 된다.

저녁이 되자 해변은 물위를 걷던 아이들의 발걸음도, 재잘거리던 소리도 파도소리와 어울려 한낮의 추억으로 남고 바다는 노을 속에서 다시 적막하다. 먼 바다로부터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나는 이 바다를 보러 왔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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